공고를 쓸 때 우리는 회사 안에서 씁니다. 읽는 사람은 회사 밖에서 읽습니다.
그 거리 때문에 같은 문장이 다르게 읽힙니다. 자주 쓰는 다섯 개만 뒤집어 봤습니다.
"급여: 회사 내규에 따름"
쓴 뜻 — 직급과 경력에 따라 정해집니다.
읽는 뜻 — 지금 물어보면 불리해지나?
연봉이 안 적힌 공고를 본 사람은 지원을 미룹니다. 협상 정보가 없는 상태로 들어가는 게 되니까요. 그리고 그 자리에 지원하는 사람은 줄지만 연봉을 덜 신경 쓰는 사람이 남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빠집니다.
범위를 쓰기 어렵다면 하한만이라도 씁니다. 단, 적은 하한은 그대로 약속이 됩니다.
"열정 있는 분을 찾습니다"
쓴 뜻 —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읽는 뜻 — 야근이 있다는 뜻인가?
의도와 무관하게 그렇게 읽힙니다. "열정", "주인의식", "가족 같은 분위기"는 지원자 커뮤니티에서 이미 특정 의미로 소비되는 표현입니다.
바꾸는 방법은 형용사를 빼고 하는 일을 쓰는 것입니다. "열정 있는 마케터" 대신 "월 2회 캠페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을 마케터".
"많은 지원 바랍니다"
쓴 뜻 — 좋은 분들이 많이 오시면 좋겠습니다.
읽는 뜻 — 누구를 찾는지 안 정해진 자리인가?
지원자가 공고에서 확인하려는 것은 환영이 아니라 내가 맞는 자리인지입니다. 범위를 좁게 쓴 공고가 오히려 지원율이 높습니다 — 맞는 사람이 확신을 얻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추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쓴 뜻 — 정해지면 알려드립니다.
읽는 뜻 — 안 온다는 뜻이구나.
이 표현을 읽은 사람은 다른 회사 일정을 먼저 잡습니다. 날짜가 없는 약속은 약속으로 세지 않기 때문입니다.
"9월 12일까지 전원에게 결과를 보냅니다" 한 줄이면 그 사람의 계획에 우리 자리가 남습니다. 지킬 수 있는 날짜만 쓰면 됩니다.
"합격자에게만 개별 연락드립니다"
쓴 뜻 — 탈락자에게 굳이 연락해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읽는 뜻 — 떨어지면 아무 말도 안 해주는 회사구나.
배려로 쓴 문장이 가장 큰 손해를 냅니다. 연락을 못 받은 사람은 그 회사에 다시 지원하지 않고, 주변에 그 경험을 말합니다. 이번 채용의 탈락자가 다음 채용의 후보인데 그 통로를 스스로 닫는 것입니다.
게다가 채용절차법은 채용 여부가 확정되면 지원자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구 예시는 불합격 통보, 안 보내면 더 손해에 다섯 종 정리해 두었습니다.
공통점 하나
다섯 개 모두 회사가 편해지는 표현입니다. 약속을 안 하면 지킬 것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원자도 같은 계산을 합니다. 확실한 정보를 주지 않는 회사에는 확실한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