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마지막에 적어둔 네 단어입니다.
이번에도 정의는 한 줄로 끝내고, 나머지는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에 썼습니다.
소싱
채용할 사람을 찾을 경로를 정하고, 그 경로에서 후보를 모으는 일 전체.
회의에서 "소싱을 늘리자"는 말은 대개 한 가지를 가리킵니다 — 담당자가 링크드인이나 리멤버에서 사람을 찾아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일입니다. 그건 소싱의 한 방법(다이렉트 소싱)이지 전부가 아닙니다. 채용 사이트 공고, 직원 추천, 헤드헌터, 자사 채용 페이지도 모두 후보가 들어오는 경로입니다.
범위를 넓게 잡아야 하는 이유는, 어느 경로에 시간을 더 쓸지 정하려면 경로끼리 비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지원자 수로만 비교하면 결론이 쉽게 틀어집니다. 지원자가 가장 많은 채널이 합격자도 가장 많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채널마다 지원자 수와 다음 단계로 넘어간 사람 수를 나란히 놓아야 시간을 더 쓸 곳이 보입니다.
그리고 경로는 이력서를 받을 때 적어야 남습니다. 몇 달 뒤 이력서를 다시 보며 어디서 왔는지 되짚기는 어렵습니다.
채용 퍼널
지원부터 입사까지, 단계를 지날 때마다 후보가 줄어드는 모양. 또는 그 단계별 숫자.
회의에서는 대개 막대그래프 한 장을 가리킵니다 — 이번 달 지원 120명, 서류 통과 30명, 면접 12명, 합격 3명. 그리고 그 숫자를 나눠 "서류 통과율 25%"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흔한 함정이 있습니다. 이번 달 서류 통과자 30명이 이번 달 지원자 120명 중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지난달 지원자의 서류 검토가 이번 달에 끝났을 수도 있고, 이번 달 지원자 중 일부는 아직 검토 전일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나눈 숫자는 전환율이 아닙니다.
전환율을 보려면 같은 사람 묶음을 따라가며 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공고에 9월 한 달 동안 지원한 사람들이 지금 각 단계에 몇 명 있는지를 셉니다. 숫자는 늦게 나오지만, 어느 단계에서 사람이 빠지는지가 정확히 보입니다. 단계별로 무엇을 세는지는 채용 KPI, 무엇을 세어야 하나에 계산식과 함께 정리해 두었습니다.
수습 기간
입사 후 정해 둔 기간 동안 일을 맡겨 보며, 계속 함께 일할지 확인하는 기간.
회의에서는 대개 "안 맞으면 부담 없이 정리할 수 있는 3개월"로 쓰입니다. 채용 결정이 애매할 때 "일단 뽑고 수습 때 보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법원의 판단은 그보다 무겁습니다. 판례는 본채용 여부를 판단하려고 일정 기간 써 보는 관계를 「시용」이라고 부르는데, 기간이 끝날 때 본채용을 거절하는 것은 보통의 해고보다 넓게 인정되지만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거절할 때는 구체적·실질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알려야 하고, 「시용기간 만료로 해고한다」는 취지만 적은 통지를 무효로 본 판단을 대법원이 그대로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실제 사안에 적용할 때는 노무 전문가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그래서 "일단 뽑고 수습 때 보자"는 생각보다 무거운 결정입니다. 수습 기간에 필요한 것은 기간이 아니라 기준과 기록입니다. 입사 첫 주에 무엇을 보고 판단할지 본인에게 알려주고, 중간에 한 번 그 기준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을 남겨 둡니다. 기준을 알리지 않은 채 마지막 주에 내린 판단은 본인이 납득하기 어렵고, 서면에 적을 구체적인 사유도 남지 않습니다.
수습 기간과 그동안의 조건은 오퍼 레터에도 적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지난 호에 썼듯, 말로만 오간 조건은 몇 달 뒤 확인할 곳이 없습니다.
사내 추천
직원이 아는 사람을 후보로 소개하는 채용 경로.
회의에서는 종종 "검증된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추천한 직원을 믿으니 서류는 건너뛰고 바로 면접으로, 면접도 한 번으로 줄이자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추천이 주는 것은 검증이 아니라 정보입니다. 추천한 직원은 그 사람과 함께 일해본 기억이 있고, 그건 레퍼런스 체크에 가까운 정보입니다. 하지만 직무 역량을 우리 기준으로 확인하는 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절차를 줄이면 그 확인이 빠지고, 다른 경로로 들어온 지원자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게 됩니다.
두 가지를 미리 정해 두면 됩니다.
- 추천한 직원은 그 후보의 평가에서 빠집니다. 의견은 줄 수 있어도 점수를 매기지는 않습니다.
- 결과는 지원자에게 직접 알리고, 추천인에게는 진행 여부까지만 알립니다. 면접에서 나온 평가 내용은 추천인이 아니라 지원자에 관한 정보입니다. 탈락 사유를 추천인을 거쳐 전해 듣게 되면 지원자와 추천인 모두 불편해집니다.
추천 보상금이 있다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지급하는지도 미리 공개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조건이 모호하면 질문은 합격 뒤에 몰립니다.
다음 호에 넣을 것
직무기술서, 처우 협의, 인재상, 탈락 사유. 회의에서 뜻이 갈리는 말이 더 있으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