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관리를 엑셀로 시작하지 않은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공고 하나에 지원자 스무 명이면 엑셀이 가장 빠르고, 가장 싸고, 아무도 교육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원자 관리 양식을 더 잘 만들어서 버티려는 시도도 합리적입니다.
문제는 양식의 완성도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따로 있다는 점입니다. 열을 추가하고 조건부 서식을 걸고 시트를 나눠도 남는 문제들이고, 대부분 지원자 수가 늘어서가 아니라 관여하는 사람 수가 늘어서 터집니다.
엑셀이 충분한 구간은 분명히 있습니다
먼저 넘어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를 정리하겠습니다. 아래 조건에 모두 해당하면 도구를 바꾸는 것보다 양식을 다듬는 편이 낫습니다.
- 동시에 진행하는 공고가 1~2개다
- 지원자 서류를 보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한 명이다
- 면접 이후 단계를 메신저와 구두로 처리해도 무리가 없다
- 채용이 연중 상시가 아니라 한 번 열고 닫는 형태다
이 조건이 깨지는 지점이 대체로 공고 3개 또는 평가자 3명입니다. 여기서부터 아래 일곱 가지가 순서대로 나타납니다.
1. 최신본이 어느 파일인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지원자현황_최종.xlsx, 지원자현황_최종_v2.xlsx, 지원자현황_최종_면접반영.xlsx. 파일을 메일로 주고받는 순간 사본이 갈라지고, 갈라진 사본은 자동으로 합쳐지지 않습니다.
클라우드 스프레드시트로 옮기면 사본 문제는 줄지만 다음 문제가 옵니다. 여러 명이 같은 행을 동시에 고치면 마지막에 저장한 사람의 값만 남고, 덮어썼다는 사실 자체가 기록되지 않습니다. 면접 일정이 조용히 바뀌어 있는데 누가 바꿨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여기서 나옵니다.
지금 엑셀에서 줄일 수 있는 것: 편집 권한을 한 명으로 좁히고 나머지는 댓글로만 요청하게 합니다. 다만 이건 병목을 만들어 문제를 미루는 방식입니다.
2. 이력서 파일과 표의 한 줄이 따로 삽니다
표에는 이름·연락처·점수가 있고, 실제 이력서는 메일함이나 공유 폴더에 있습니다. 이 둘을 잇는 건 담당자의 기억입니다.
동명이인이 들어오면 바로 깨집니다. 파일명이 홍길동_이력서.pdf 두 개일 때, 표의 두 행 중 어느 쪽이 어느 파일인지 판단할 근거가 파일 안에만 있습니다. 경력 5년과 신입이 뒤바뀐 채로 면접이 진행되는 사고가 실제로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지금 엑셀에서 줄일 수 있는 것: 파일명 규칙을 공고코드_이름_지원일 로 통일하고 표에 파일명 열을 둡니다. 사람이 매번 지키는 것이 전제라 인원이 늘면 다시 새기 시작합니다.
3. 보낸 연락과 안 보낸 연락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가장 자주 발생하고, 가장 비용이 큰 누락입니다. 서류 탈락 통보를 40명에게 보내야 하는데, 엑셀의 통보 열은 사람이 손으로 체크한 표시일 뿐 실제 발송 결과가 아닙니다. 메일이 반송됐는지, 주소가 틀렸는지, 애초에 보내지 않았는지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동시에 손해로 돌아옵니다. 통보를 못 받은 지원자는 재지원하지 않고, 늦게 도착한 합격 통보는 이미 다른 곳에 입사한 사람에게 닿습니다. 통보 기준과 문구는 불합격 통보, 안 보내면 더 손해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4. 평가자 점수는 모이지만 근거는 모이지 않습니다
평가자 세 명이 각자 시트에 점수를 넣고 담당자가 취합합니다. 취합된 표에 남는 것은 숫자뿐입니다. A평가자가 72점을 준 이유와 C평가자가 58점을 준 이유는 취합 과정에서 사라집니다.
그래서 편차가 큰 지원자를 발견해도 무엇을 다르게 봤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으로 정리됩니다. 항목·배점·판단 문장을 갖춘 기준표는 엑셀에서도 만들 수 있고 효과가 있습니다(서류 평가 기준표 만들기). 엑셀이 못 하는 부분은 점수와 근거를 한 지원자에 묶어 계속 남기는 것입니다.
5. 시트를 공유한 순간 개인정보도 전부 공유됩니다
지원자 표에는 이름, 휴대폰 번호, 이메일, 생년, 전 직장, 학교가 들어 있습니다. 면접관 한 명에게 자기 담당 지원자 3명을 보여주려고 시트를 공유하면, 그 사람은 전체 지원자 200명의 개인정보를 함께 받습니다.
열 숨기기와 시트 보호는 접근 통제가 아닙니다. 숨긴 열은 복사하면 따라오고, 공유 링크는 전달됩니다. 그리고 누가 언제 열어봤는지도 남지 않아서, 유출이 발생해도 경로를 좁힐 수 없습니다.
6. 보관·파기·고지 기한을 수식으로 관리할 수 없습니다
채용은 지켜야 할 기한이 있는 업무입니다. 상시 근로자 3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채용절차법은 채용 여부가 확정되면 지원자에게 고지하도록 하고, 지원자가 요구하면 제출한 채용서류를 돌려주도록 하며, 반환 청구 기간이 지난 서류는 파기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반환 청구 기간은 회사가 정하되 채용 확정일 이후 14일에서 180일 사이여야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보유 목적이 달성되면 지체 없이 파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엑셀로 이걸 관리하면 파기예정일 열에 수식을 넣게 되는데, 정작 파기해야 하는 대상은 셀이 아니라 공유 폴더의 PDF, 메일함의 첨부, 면접관이 내려받은 사본입니다. 표의 행을 지워도 파일은 남습니다.
7. 지나간 시간은 나중에 복원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늦게 발견되고 되돌릴 수 없는 손해입니다.
엑셀은 현재 상태를 저장합니다. 단계 열에 면접이라고 적혀 있으면 지금 면접 단계라는 것만 알 수 있고, 언제 서류에서 면접으로 옮겨졌는지는 남지 않습니다. 담당자가 값을 덮어쓰면서 이전 값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년 뒤 "서류 평가에 평균 며칠 걸렸나", "면접 단계에서 이탈이 몇 퍼센트인가", "지난 분기보다 빨라졌나"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계산이 어려운 게 아니라 원자료가 애초에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부터 기록하면 오늘부터의 데이터만 생깁니다. 어떤 지표를 남겨야 하는지는 채용 KPI, 무엇을 세어야 하나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언제 넘어가야 하나
일곱 가지를 다 겪고 나서 옮기면 이미 손해를 본 뒤입니다. 아래 신호 중 두 개 이상이면 검토를 시작할 시점으로 봅니다.
| 신호 | 확인 질문 |
|---|---|
| 사본 분기 | 지난달 지원자 현황의 최신본을 3분 안에 특정할 수 있나 |
| 통보 누락 | 지난 공고에서 결과를 못 받은 지원자가 없다고 확언할 수 있나 |
| 평가 편차 | 평가자 간 점수 차가 큰 지원자의 근거를 다시 열어볼 수 있나 |
| 권한 | 면접관에게 담당 지원자만 보여줄 수 있나 |
| 파기 | 6개월 전 탈락자의 이력서 파일이 지금 어디에 몇 부 있나 |
| 지표 | 단계별 소요일수를 숫자로 답할 수 있나 |
옮기기로 정했다면 순서가 중요합니다. 지금 진행 중인 공고를 그대로 이관하지 말고 다음 공고 하나를 새 도구에서 시작해 보는 것이 실패 비용이 가장 낮습니다. 진행 중인 채용과 도구 교체를 동시에 하면 둘 다 흔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