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S는 휴머스온이 자사 채용을 돌리려고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팔려고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쓰려고 만들었습니다.
사내 채용에서 시작했습니다
채용 담당자가 스프레드시트 여러 장과 메일함 사이를 오가고 있었습니다. 지원자 명단은 시트에, 평가는 회신 메일에, 안내 문구는 매번 새로 쓰는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흩어져 있다는 것 자체보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데 있었습니다. 채용 한 건이 끝나면 시트는 덮어써지고 메일은 묻힙니다. 다음 채용에서 "지난번 서류 검토에 며칠 걸렸지?"라고 물으면 답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채용관리 도구를 알아봤습니다. 기능은 충분했고 화면도 좋았습니다.
견적서 앞에서 멈춘 이유
견적을 우리 채용 규모로 나눠보니 지원자 한 명당 비용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계정 수로 과금되는 구조여서 면접에만 참여하는 실무자까지 계정을 열어주려면 금액이 다시 뛰었고, 연 단위 계약이라 한 번 정하면 한 해를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기능 목록을 짚어보니 우리가 매주 실제로 열어볼 화면은 그중 일부였고, 비용은 그 전부에 붙어 있었습니다. 도구 비용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는 채용관리 도구 비용, 어디까지 계산하나에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계산 결과가 아니라 그 다음에 내린 결정입니다. 우리가 쓸 것만 만들어보자.
첫 버전은 기능 하나였습니다
첫 커밋은 2026년 5월 11일입니다. 한 사람이 시작했고, 목표는 제품이 아니라 우리 채용 한 번을 끝까지 돌려보는 것이었습니다.
만들 기능을 하나만 고른다면 어디여야 하는지는 명확했습니다. 공고 하나에 지원자가 수십 명 들어오고, 한 사람당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읽으려면 5분에서 10분이 걸립니다. 담당자 한 명이 하루를 통째로 써도 끝나지 않고,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처음 본 사람과 마지막에 본 사람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첫 버전에 들어간 기능은 이력서를 AI가 먼저 읽고, 공고 요건에 비춰 점수와 근거를 남기는 것 하나였습니다. 사람이 하던 일을 없애려는 게 아니라, 모두를 같은 기준으로 한 번 훑은 뒤에 사람이 보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버전을 사내 채용에 그대로 썼습니다. 요구가 붙기 시작한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사내 도구가 제품이 되는 지점
검토가 빨라지니 곧바로 다음 병목이 드러났습니다.
- 점수를 봤으니 평가를 적을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 평가 폼과 코멘트
- 합격자에게 안내를 보내야 했습니다 — 메일·문자 발송과 발송 결과 추적
- 채용이 끝나면 무엇을 보고할지 필요했습니다 — 채용 통계와 채용품의서
- 공고를 올릴 지원자용 페이지가 필요했습니다 — 회사별 공개 채용 페이지
우리가 겪은 불편을 하나씩 고쳤을 뿐인데, 다른 팀에 보여주니 같은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사내 도구를 제품으로 열기로 한 건 그 지점입니다. 지금은 클로즈 베타로 몇몇 팀과 함께 다듬고 있습니다.
쓰면서 바꾼 판단 세 가지
직접 쓰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이 있습니다.
AI 점수의 통과 기준을 조였다가 다시 풀었습니다. 통과자가 많다는 이유로 채점을 엄격하게 바꿨더니 통과율이 급락했습니다. 원인을 뜯어보니 모델 성능이 아니라 기준끼리 어긋난 구조 문제였습니다. 숫자를 조이는 것으로 품질을 만들 수 없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탈락에는 사유를 강제했습니다. 처음에는 선택 항목이었는데, 사유 없는 탈락이 쌓이니 몇 주 뒤에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기록이 됐습니다. 지금은 사유 없이 탈락 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새 회사는 3단계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쓰는 단계를 그대로 기본값으로 넣었다가, 처음 들어온 팀이 빈 칸부터 마주하는 걸 보고 바꿨습니다. 지금은 최소 구성으로 시작하고, 처우 협의나 증명서처럼 쓰지 않는 기능은 화면에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직접 만들어서 알게 된 것
| 만들기 전 생각 | 실제로 겪은 것 |
|---|---|
| 기능이 많을수록 좋다 | 안 쓰는 기능이 화면을 어렵게 만든다 |
| 설정을 많이 열어두면 된다 | 기본값이 좋으면 설정을 열 일이 없다 |
| AI는 정확도 싸움이다 | 정확도보다 근거를 보여주는 쪽이 신뢰를 얻는다 |
한 사람이 시작한 도구를 믿어도 되나
정당한 질문입니다. 채용 시스템은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다루고, 채용이 끝날 때까지 멈추면 안 되는 종류의 도구입니다. "만든 사람이 그만두면 어떻게 되나"는 기능 목록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저희가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사실을 밖에서 확인할 수 있게 열어두는 것입니다.
- 매주 업데이트 노트 — 그 주에 무엇이 새로 생기고 고쳐졌는지 공지사항에 그대로 공개합니다. 고친 것도 숨기지 않고 씁니다
- 매일 아침 운영 점검 — 발송 실패, AI 검토 실패, 응답 지연을 매일 08시 리포트로 확인합니다. 문의보다 먼저 발견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 문의 처리 경과 공개 — 남기신 문의가 어떤 상태인지 화면에서 그대로 보입니다
- 가이드 문서 35건 — 기능마다 어떻게 동작하는지 화면 캡처와 함께 공개합니다
첫 커밋 이후 석 달 동안 891번의 변경이 쌓였습니다. 직접 만드는 쪽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입니다. 쓰는 사람이 남긴 불편이 다음 주 제품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저희는 지금도 자사 채용을 HATS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장이 나면 저희가 먼저 겪습니다.
이 시리즈의 다음 글은 서류 검토만 AI로 하려 했는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