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줄임말에서 나왔는데, 은유가 나중에 따라붙었습니다. 그리고 그 은유가 제품의 기준이 됐습니다.
줄임말이 먼저였다
HATS는 humusOn ATS의 줄임말입니다. ATS는 채용관리 시스템(Applicant Tracking System)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약자이고, 앞에 회사 이름을 붙인 것뿐입니다. 대단한 작명 과정은 없었습니다.
로고를 그리면서 모자를 썼습니다. 이름이 이미 모자(hat)를 품고 있었고, 서양식 모자보다 갓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웠습니다. 여기까지가 이름에 담긴 의도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모자 이야기가 붙었다
그러다 분류모자가 떠올랐습니다. 해리포터에서 학생 머리에 얹혀, 그 사람을 살펴보고 어울리는 기숙사로 보내는 그 모자입니다.
채용도 결국 같은 종류의 일입니다. 사람을 보고 맞는 자리를 찾아주는 것. 우연이었지만 은유가 맞아떨어졌고, 그때부터 질문 하나를 붙들게 됐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게 분류모자라면, 어떤 모자여야 하는가.
분류모자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이야기 속 분류모자를 채용에 그대로 옮기면 곤란한 지점이 둘 있습니다.
혼자 결정합니다. 모자가 기숙사를 말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누구도 재검토하지 않고, 재검토할 방법도 없습니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왜 그 기숙사인지 물을 수 없고, 물어도 답이 오지 않습니다.
이야기에서는 이게 매력입니다. 하지만 채용에서는 그대로 두면 결격 사유입니다. 지원자에게는 인생이 걸린 판단이고, 회사에는 나중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판단입니다. 몇 달 뒤 "그 사람은 왜 떨어졌나요"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AI가 그렇게 판단했습니다"는 어느 쪽에도 답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만들었습니다
판단하지 않고 근거를 보여준다
점수만 남기면 평가자는 그 숫자를 믿거나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점수마다 이력서의 어느 대목을 보고 그렇게 봤는지 문장으로 남깁니다.
예를 들어 "직무 적합도 82점"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여기에 "공고의 결제 시스템 운영 요건에 대해 이력서 3번째 경력의 정산 배치 개선 경험이 대응함"이 붙으면 평가자가 판단할 거리가 생깁니다. 근거가 틀렸으면 뒤집으면 되고, 맞았으면 면접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근거를 남기는 데는 대가가 있습니다. 점수만 뱉는 것보다 응답이 길어지고 느려집니다. 한때 이력서 한 장 검토에 60초 안팎이 걸렸는데, 모델이 혼자 장황하게 사고하는 단계를 끄고 채점 절차를 정리해 10초 내외로 줄였습니다. 근거를 포기하는 대신 속도를 다른 데서 찾은 셈입니다.
점수와 탈락을 분리한다
점수와 탈락은 성질이 다른 판단입니다. 점수는 "누구를 먼저 볼지" 순서를 정할 뿐이지만, 탈락은 "보지 않겠다"를 뜻합니다. 후자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동 탈락은 공고에 명시한 경력 범위와 필수 학력처럼 다툼의 여지가 없는 조건에만 겁니다. 점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자가 자동으로 걸러지지 않습니다. 낮은 점수는 목록 아래쪽에 놓일 뿐이고, 담당자가 열어볼 수 있습니다.
탈락에는 조건을 하나 더 걸었습니다. 사유 없이 탈락시킬 수 없습니다. 사람이 내리는 탈락도 사유를 적어야 다음으로 넘어가고, AI가 조건으로 걸러낸 건은 어떤 조건에 걸렸는지가 자동으로 기록됩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면, 사유가 없는 탈락은 나중에 아무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고에 쓴 것만 기준으로 삼는다
채점 근거는 공고에 적힌 직무 사항과 우대 사항입니다. 기준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공고에 쓸 수 없는 기준이라면 시스템에도 넣지 않습니다.
규칙을 실제로 껐습니다
이건 문서에만 있는 문장이 아닙니다.
초기 버전에는 학교나 이직 횟수로 점수를 조정하는 규칙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통과자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기준을 조이면서 넣은 것이었고, 겉보기에는 그럴듯했습니다. 문제는 지원자에게 설명할 수 없는 기준이었다는 점입니다. 채용 공고에 "이직이 잦으면 감점"이라고 쓸 수 없다면, 시스템에도 있어서는 안 되는 규칙입니다.
더 나쁜 건 이런 규칙이 다른 문제까지 가린다는 점이었습니다. 통과율이 떨어졌을 때 원인이 규칙 때문인지 모델 때문인지 공고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규칙을 걷어내고 나서야 채점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2026년 8월 개편에서 껐습니다. 지금 채점은 공고의 직무·우대 사항으로만 이뤄지고, 학교 등급이나 이력의 형태로 점수를 조정하지 않습니다.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게
원칙은 말하기 쉽고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확인 가능한 형태로 열어뒀습니다.
- 매주 업데이트 노트 — 그 주에 무엇이 새로 생기고 고쳐졌는지 공지사항에 공개합니다. 고친 것도 숨기지 않고 씁니다
- 가이드 문서 35건 — AI가 무엇을 기준으로 채점하는지 화면 캡처와 함께 공개합니다
- 문의 처리 경과 — 남기신 문의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화면에서 그대로 보입니다
첫 커밋은 2026년 5월 11일이었고, 그로부터 석 달 동안 891번의 변경이 쌓였습니다. 위 세 가지는 그 변경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밖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든 장치입니다.
이 시리즈의 다음 글은 채용 시스템을 직접 만들기로 한 이유입니다.